이번 가을엔 감의 대향연이었다.
남편의 사업동료(그렇다고 동업은 아니고 서로 돕는 사이)의 고향이 전남 고흥인데
고향에 한 번 내려갔다 오더니 이만큼의 단감과 대봉감을 남편의 차에 넣어 주더란다.
원래 본인이 가져온 양이 어마어마 했다고 한다.
단감은 우리집에 준 것의 3배, 대봉감은 2배를 가져왔더라고 한다.
큰 마대자루에서 단감을 우르르 쏟아 주는데 남편은 감의 어마어마한 양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.
그냥 본가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열린 것을 따온거라는데.. 이렇게 많이 나올 수 있을까?
감의 풍년인가 보다.
제철에 나는 음식이 그 어떤 영양제, 보양식보다도 좋다고 하니 집에 잔뜩 영양제를 쌓아놓은 기분이었다.
게다가 단감에는 항암효과에도 뛰어나고 비타민C가 많아 감기에도 좋다 하니,
찬바람이 제법 쌀쌀하게 불어 코 훌쩍이고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이만한 간식이 없겠다.
생긴 것은 꼭 떫떠름할 것 같은데, 막상 깎아서 보니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.
보통 집에서 수확한 것들은 생긴것이 일정치 않고 못난이들도 많으며, 떫은 것들이 많은데
이 감은 달랐다!
남편과 함께 " 어머 어쩜 이렇게 아삭하고 맛있을 수가 있는거야? " 하며 앉은 자리에서 감 3,4개를 깎아 먹었다.
깎아서도 먹고, 샐러드 위에 얹어서도 먹고..
시장에서 산 단감은 김치냉장고 저기 어딘가에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.
(한 달은 되어가는거 같은데 왜 물러지지 않는걸까;;)
고흥은 유자가 제일 유명한 줄 알았는데, 단감도 추가다.
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대봉감이다.
과육이 단단해서 딱 봐도 익지 않은 것 같아서 베란다에 두고 곱게 익어가기를 기다렸다.
대봉감을 시장에서 사다 먹으면 딱 먹기 좋게 익은 것들이 나와서 바로 먹을 수 있는데..
난 이런 농작물이 먹기 좋게 익은 그 순간을 잘 놓치는 편이다.
언제쯤이면 적절한 순간을 알 수 있을까?
결국 반은 제 때 먹고 반은 ... 어딘가로...(미안합니다)
결국 우리는 이 만큼의 감을 한번 더 얻어 먹고, 면역력을 톡톡히 챙겼다.
대봉감을 보면 항상 친정엄마가 생각이 난다.
그 험한 시집살이 속에서도 시아버지께서(나에겐 할아버지) 며느리 주겠다고 대봉감을 툇마루에 올려놓고 기다리시다가 엄마가 오면 꼭 하나씩 먹이고 손에도 들려보냈다고 한다. 아마 그 험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해주었던 유일한 빛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..
대봉감을 한가득 받아들고 엄마에게 "대봉감을 보니 엄마가 생각나네~~" 했더니, "나는 사먹으면 되니까 내 생각 하지 말고 너나 많이 먹어!!" 한다. 그냥.. 엄마가 생각나서 전화 했는데.. 평소에 전화도 안하던 애가 갑자기 전화해서 이런 말을 하니 엄만 쑥스러웠겠구나 라고 생각해 본다.
사실 전화 끊을 때 쯤엔 또 마음 한 켠에 상처가.. 하하.
'하루일기' 카테고리의 다른 글
마음을 다잡는 글 (12) | 2023.02.02 |
---|---|
12월 정리하기 / 미처 올리지 못한 것들 (12) | 2022.12.31 |
구글 애드센스 정말 애드고시란 말인가!! (7) | 2022.11.09 |
[노블발렌티] 노블발렌티 삼성점 / 강남예식장 (11) | 2022.11.04 |
[2022.10.29] 이태원 참사 (5) | 2022.10.31 |
댓글